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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지를 만들 때
가장 오래 고민하는 문항은 보통 연구의 핵심 변수와 관련된 질문입니다.
“이 표현이면 응답자가 제대로 이해할까?”
“5점 척도로 할까, 7점 척도로 할까?”
이런 부분은 몇 번씩 수정하면서도
의외로 첫 문항은 가볍게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질문부터 넣으면 되겠지 싶어
성별이나 나이부터 배치하기도 하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바로 첫 화면에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설문에서 첫 문항은
그저 ‘첫 번째로 나오는 질문’만은 아닙니다.
응답자가 설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후 문항에 어떤 태도로 답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첫 문항은 설문에 대한 첫인상을 만듭니다
응답자는 연구자가 아닙니다.
연구자는 이미 설문의 목적과 문항 구조를 알고 있지만,
응답자는 첫 화면을 보고 처음 설문을 접하게 됩니다.
이때 첫 문항부터 너무 어렵거나
길고 복잡한 질문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이거 생각보다 오래 걸리겠는데?”
“질문이 너무 어려운데 계속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첫 문항이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응답하기 부담스럽지 않다면 다음 문항으로 넘어가기가 수월합니다.
특히 문항 수가 많은 논문 설문이라면
처음부터 응답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첫 문항을 정할 때는
연구자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인지뿐만 아니라
응답자가 자연스럽게 설문에 들어갈 수 있는 질문인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첫 질문이 이후 답변의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항의 순서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앞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에 따라
뒤에 나오는 질문을 해석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첫 문항에서
“최근 이용 과정에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었습니까?”
라고 먼저 물어본 뒤 전체적인 만족도를 묻는다면,
응답자는 자연스럽게 방금 떠올린 불편한 경험을 생각하면서 만족도를 평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전반적인 만족도를 먼저 묻고
구체적인 불편 경험을 뒤에서 묻는다면 응답 과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을 흔히 문항 순서 효과라고 합니다.
물론 앞 문항이 항상 뒤의 응답을 크게 바꾼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서로 관련성이 높은 질문이 연달아 배치되어 있다면
앞선 질문이 뒤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3. 민감한 질문을 처음부터 배치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연구에 따라서는
응답자에게 다소 민감한 내용을 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소득이나 건강 상태,
개인적인 경험이나 심리 상태처럼
답변하기 조심스러운 질문도 있습니다.
이런 문항이 연구에 필요하다면 당연히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문을 시작하자마자 민감한 질문부터 나오면
응답자가 부담을 느끼거나 설문을 중단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시작하자마자 이것까지 물어본다고?”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처음에는 비교적 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고,
민감하거나 많은 생각이 필요한 문항은 어느 정도 설문에 익숙해진 이후 배치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 목적이나 설문 구조에 따라
문항 배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첫 문항을 관성적으로 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4. 연구 대상자를 확인하는 문항은 앞에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쉬운 질문을
무조건 첫 번째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연구 대상에 명확한 조건이 있다면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는 선별 문항이 앞부분에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 대상이
‘최근 6개월 이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
이라면 이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설문 마지막까지 모두 응답한 뒤에야 제외된다면
불필요한 응답이 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최근 6개월 이내 ○○을 이용한 경험이 있습니까?”
처럼 간단하고 명확한 질문을 앞에 배치하고,
해당하지 않는 경우 설문이 종료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즉, 첫 문항을 결정할 때는
쉬운 질문인지뿐만 아니라 설문 진행을 위해 먼저 확인해야 하는 질문인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5. 설문지를 완성했다면 처음부터 직접 응답해보세요
설문 문항을 모두 작성하고 나면
개별 문장의 오탈자나 척도부터 확인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연구자가 아니라
응답자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설문을 진행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 화면을 봤을 때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첫 질문에서 두 번째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면서 앞선 답변에 끌려가지는 않는지,
민감한 질문이 너무 갑작스럽게 등장하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실제 조사 대상과 비슷한 사람에게
사전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연구자는 문항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다고 느낀 흐름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설문지를 완성했다면
문항 하나하나뿐 아니라 응답자가 어떤 순서로 질문을 만나게 되는지까지 함께 확인해보세요.

첫 문항은 작은 차이처럼 보입니다.
실제 논문에서는 첫 문항 자체를 따로 분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는 각각의 질문이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무엇을 묻고 뒤에서 무엇을 묻는지에 따라 응답 흐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문지를 만들 때는
‘어떤 질문을 넣을 것인가’와 함께
‘어떤 질문부터 보여줄 것인가’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문항을 모두 완성했다면
첫 문항만 따로 보기보다 전체 순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세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실제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확인하는 편이
설문을 모두 받은 뒤 문항 순서를 아쉬워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 정리
첫 문항 하나가 모든 응답을 결정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첫 질문은 응답자가 설문을 처음 받아들이는 지점이고,
경우에 따라 뒤에 이어지는 질문을 판단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처음부터 너무 어렵거나 복잡한 질문은 아닌지
✔ 앞선 질문이 뒤의 응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
✔ 민감한 질문이 지나치게 앞에 배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 연구 대상자를 확인하는 선별 문항이 먼저 필요한지
✔ 전체 문항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설문지를 완성했다면
문항 내용만 확인하고 바로 배포하기보다는 첫 화면부터 마지막 화면까지 실제 응답자처럼 한 번 진행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항 하나의 표현도 중요하지만,
응답자가 어떤 순서로 그 문항들을 만나게 되는지도 설문 설계에서 함께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